▲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2020 롤 월드 챔피언십’의 위상은 여전하다 (사진제공: 라이엇게임즈)
어느덧 2020년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시즌이 다가왔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인해 당초 중국 투어로 예정됐던 일정이 상하이에서만 진행하는 것으로 축소됐지만, 세계 최대 규모 국제 e스포츠 대회라는 위상은 여전하다.
올해 롤드컵은 예년과 달리 많은 변경점이 있다. 중국 리그 LPL과 유럽 리그 LEC가 작년 성적을 인정받아 4장의 롤드컵 진출 티켓을 받게 됐으며, 베트남 지역리그인 VCS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불참하면서 국내 리그 LCK 3시드가 그룹 스테이지로 직행하게 됐다. 지난 8일 LCK를 끝으로 롤드컵 진출팀이 모두 결정됐으니, 롤드컵 양상을 미리 점쳐보도록 하자.
군웅할거의 중국 LPL, 제왕의 자리를 이어갈 팀은 누구?
▲ 작년과 재작년 롤드컵 우승팀을 누르고 본선에 진출한 LPL의 4팀 (사진출처: LPL 공식 홈페이지)
황부리그라는 별명을 가진 중국 리그 LPL의 상황은 다소 독특하다. 2018년에 롤드컵을 우승한 IG와 작년 롤드컵 우승팀인 FPX, 전통의 강호 RNG 등 전년도 롤드컵 진출팀 전원이 선발전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변이 발생한 이유는 이 세 팀의 전력이 약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번 롤드컵에 진출하는 4팀의 전력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LPL 1시드와 2시드를 차지한 탑 e스포츠(이하 TES)와 징동게이밍은 LPL 스프링과 서머 결승전에서 맞붙은 전력이 있는 강팀이다. 심지어 이 두 팀은 국제무대였던 미드 시즌 컵 4강에 나란히 진출해, LPL의 강함을 전 세계에 선보인 바 있다. 재밌게도 이 두 팀의 핵심 포지션은 똑같이 정글이다. TES의 ‘카사’ 홍하오쉬안과 징동게이밍의 ‘카나비’ 서진혁은 가히 1년 내내 팀 전체를 캐리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활약을 펼쳤다. 롤드컵에서도 두 선수의 활약을 기대해봄 직하다.
LPL 3시드와 4시드에 해당하는 수닝과 LGD게이밍도 만만치 않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이들 역시 롤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두 팀이 참가한 지옥의 대표 선발전에서 올라온 신흥 강호다. 서머 시즌에서 나란히 3위와 4위를 차지했을 만큼 현 메타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뛰어나며, 앞의 두 팀과 마찬가지로 정글러들의 폼이 상당히 뛰어나다. 특히 LGD의 ‘피넛’ 한왕호는 중국 내에서도 최상위권 정글러의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 LPL 팀들이 강력한 정글러와 높은 메타 이해도를 앞세워 홈에서 치러지는 이번 롤드컵에서도 패왕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럽 LEC, 천재일우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인가
▲ LPL 역시 서머 성적 상위 4팀이 그대로 롤드컵에 진출했다 (사진출처: 롤 e스포츠 공식 홈페이지)
2018년, 2019년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던 유럽은 이번 만큼은 반드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을 것이다. 올해는 4팀이나 대회에 참가하는 만큼 우승의 기회가 더욱 가까워졌다. 심지어 LEC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평균 개인 기량이 높아졌다는 점도 괄목할 만한 부분이다.
LEC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팀은 단연 G2 e스포츠다. G2는 작년 스프링부터 4회 연속으로 LEC 우승컵을 들어 올린 팀이다. 이 팀의 가장 무서운 점이라면 주전 로스터가 작년과 변함이 없음에도 그 기량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 롤드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그대로 롤드컵에 출전하는 만큼 경험과 팀합 면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즌 중반마다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긴 해도 결국 우승컵을 손에 쥐는 기묘한 팀인 만큼 올해 롤드컵에서도 종횡무진 날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밖에도 롤드컵 초대 우승팀인 ‘프나틱’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대회에 참가한다. 서머 정규 시즌에서 기량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주사위 팀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선 G2를 꺾은 이력이 있는 만큼 절대 얕봐선 안 된다. LEC 3시드와 4시드인 로그와 매드 라이온즈도 각각 정규시즌 2위와 1위를 차지한 강팀이다. 어떻게 보면 신흥 강자와 기존의 강팀이 골고루 롤드컵에 진출하게 된 케이스다. 2020년은 유럽에게 천재일우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LEC가 오랜만에 최강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임중도원 우리 LCK,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다
▲ 힘든 길이지만 기꺼이 우승을 쟁취해주길 바란다 (사진출처: LCK 공식 인스타그램)
논어에 임중도원이란 말이 나온다. 맡겨진 일은 무거운데,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지금 LCK가 처한 상황이 딱 그와 같다. 올해 롤드컵에 진출하는 LCK 팀들은 프랜차이즈 도입을 앞두고 왕좌 쟁탈이라는 중요한 임무를 띄고 있다. 하지만, 올해 MSC에서 보여준 국제전 성적이나, 가장 늦게 끝난 선발전 일정 등 그 길이 너무 험난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질 이유는 충분하다. 특히 1시드를 차지한 담원게이밍이 서머 시즌에 보여준 폼은 가히 패왕에 가까웠다. 훌륭한 교전 능력과 물이 오른 선수들의 피지컬은 전 세계 내로라하는 팀들과 비교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으며, 시즌 후반에는 약점으로 지목받던 운영 능력까지 보완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이번 롤드컵 우승 후보로 주저 없이 담원게이밍을 뽑고 있다. 다만, 결승이 끝난 직후 출국도 하기 전에 악재가 터지고 말았는데, 바로 에이스 ‘너구리’ 장하권의 기흉 수술. 다행히도 수술은 잘 끝났다고 하니, 남은 기간 동안 선수 컨디션 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2시드인 DRX와 젠지의 폼도 절대 나쁘지 않다. DRX는 경험 부족이라는 페널티가 분명히 있지만, 이번 포스트시즌 기간 동안 그 단점을 상쇄할 만큼의 기량을 분명히 보여줬다. 젠지 또한 선발전에서 다전제의 T1을 상대로 포스트시즌을 상회하는 실력을 보여주며 팬들의 불안을 불식시켰다. 그중에서도 젠지 원딜 ‘룰러’ 박재혁의 폼은 역대 최고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뛰어나다. 이번에 롤드컵에 진출하는 세 팀 모두 MSC 참패를 경험해본 팀인 만큼 이번 롤드컵에서 그때의 설욕을 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
북미 LCS의 부활은 정녕 사어지천이란 말인가?
▲ 지는 노을이 아닌 떠오르는 여명의 빛이 되길 (사진출처: 롤 e스포츠 공식 홈페이지)
솔직히 북미 지역 리그인 LCS가 2020년에 보여준 기량은 절대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어떻게든 새로운 플레이어를 발굴해내고 세대교체를 이룩하고 있는 다른 리그와 달리, LCS는 세대교체와 거리가 먼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매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롤드컵에 진출했던 C9다. C9는 올해 폼 하락을 막지 못하고 창단 이후 첫 롤드컵에서 탈락했다.
LCS 서머를 제패하고 1시드로 롤드컵에 진출한 팀 솔로미드(이하 TSM)의 기량도 냉정히 다른 3대 리그에 비해 좋아보이지 않는다. 특히나 노장 ‘더블리프트’ 피터 펭이 슬럼프로 인해 예전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불안 요소로 손꼽히고 있다. 정규 시즌에선 18세트 경기했던 이 팀이 플레이오프에선 무려 25세트를 치렀을 만큼 팀 자체의 기량도 안정적이지 못하다. 혹자는 그 어떤 팀보다 롤드컵을 열심히 준비했다는 농담 섞인 평가를 내리기도 하지만, 단판 위주의 롤드컵에서 TSM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세계에서 2번째로 롤드컵 진출을 확정 지었던 2시드 플라이퀘스트와 LCS 서머 정규 시즌 1위였던 팀 리퀴드가 롤드컵에서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라 여기는 팬들도 많다. 실제로 플라이퀘스트는 LCS 서머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배하며 2시드로 떨어지긴 했지만 시즌 내내 안정적인 기량을 보여줬다. 팀 리퀴드도 ‘코어장전’ 조용인과 ‘임팩트’ 정언영 같은 베테랑 선수와 ‘택티컬’ 에드워드 라 신예를 적절히 조합해냄으로써 나름 성공적인 팀합을 보여줬다. 남은 기간 잘 준비한다면 LCS의 롤드컵 우승도 사어지천(물고기를 잡으려 하늘을 쳐다본다는 뜻으로 당치 않은 일을 하려 함을 이르는 말)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